노원구의회 진보당 최나영 의원 5분 발언 “노원 달빛산책 논란에 대한 문제의식

노원구의회 진보당 최나영 의원 5분 발언 “노원 달빛산책 논란에 대한 문제의식”

– 첫 번째 문제의식은 <무책임한 기사 제목이 불러온 혼돈>속에서 <작품이 왜곡>되고, <작가가 낙인>된 것입니다.

기사제목들을 보면 「세금 6억 썼는데… 노원구 축제에 등장한 북 인공기 미사일」이라고 되어 있거나 이와 유사합니다.

실제 작품은 약 40개의 미사일 모형 중 일부에 미국·중국·이란·이스라엘·우크라이나·북한 등 작가가 전쟁과 국제적 긴장이 있다고 생각한 7개국의 국기를 함께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예술감독은 세계 곳곳의 전쟁과 무력 충돌 속에서 전쟁 반대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기사 제목들은 작품 전체의 의미보다 특정 국가의 국기를 앞세웠습니다.

또한 해당 기사 제목은 축제 전체 예산인 6억 원을 해당 작품의 제작비처럼 오해하게 할 여지까지 만들었습니다. 실제 작품의 제작비는 500만 원입니다. 세금 사용을 비판하려면 축제 전체 예산과 개별 작품의 제작·설치비를 구분해야 하는데, 기사제목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제목에 이어 더욱이 일부 보도들은 작품 전체 사진이 아닌 북한 국기만을 강조한 사진을 활용했습니다. 작품의 전체 맥락을 알기도 전에 분단국가에서 오랜기간 익숙해진 ‘안보 위협’을 연상하게 되었고, 그 뒤로 작품을 북한 찬양으로 오해하고 확신규정하며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평화를 표현하려던 작가와 작품이 마치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거론되고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되었고, 심지어 주변의 다른 작품까지 불똥이 튀어 철거되는데 이르렀습니다.

흔히 기사에서 제목은 시민이 사건을 처음 이해하는 틀이 됩니다. 언론중재위 보도나 많은 언론전문가들은 기사 제목이 본문이나 사실여부를 떠나 시민의 인식에 1차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작가의 의도와 달리 시민은 작품의 효과가 좋지 않다고 비판할 수 있고 언론은 비판적 보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정에서 작품의 전체 맥락과 작가의 의도가 왜곡됐다면, 그 왜곡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두 번째 문제의식은 <공공미술>의 책임에 대한 것입니다.

역사는 새로운 표현과 생각이 기존의 통념에 부딪힌 사례를 많이 보여줍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낙사고라스는 태양을 신이 아닌 물질로 설명했다가 불경하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갈릴레오는 지동설을 옹호하다 종교재판을 받고 가택연금에 처했습니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는 당시 살롱에서 거부됐고,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 화가들도 기존 미술계의 기준과 충돌했습니다.

16년 전쯤 학교 무상급식 운동의 첫 등장은 ‘빨갱이 배급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오늘날 국가가 아이들의 건강한 한 끼를 책임지는 소중한 복지정책이 됐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때때로 불경한 것으로 취급됩니다. 평화를 비둘기로 표현하던 시대가 있고, 무기 조형물과 정반합의 메시지로 표현하는 시대도 있습니다. 국가와 전쟁을 시민들에게 우회해 표현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방식을 금기시하는 시각도 있지만, 모호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분쟁중인 현실을 직접 드러내는 편이 낫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대의 과학과 미술의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 물론 이런 가운데 공공미술은 어떻게 행위할 수 있는가도 토론될 수 있습니다.

공공미술은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집니다. 계획과 실제 설치가 달라졌다면 승인·검수 절차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논란이 될 가능성 있는 작품을 미리 검열하여 걸러내야한다고 공공미술의 승인검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공정한 검열기준이라는게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공공미술이라고 해서 무색무취해야만하거나, 몰시사적이어야만 하거나, 오늘의 쟁점이 아닌 먼 과거 이야기만을 다룰 수 있는게 아닙니다. 때로는 익숙하지 않은 표현으로 우리가 외면해 온 오늘의 현실을 질문하게 만드는 것도 공공미술의 역할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명백히 부적절한 기사제목으로부터 일파만파 “평화의도”가 “친북의도”으로 둔갑되며 왜곡과 낙인이 작동되었습니다.

노원구는 현재 최종 설치결과물의 변화를 몰랐다고 해명하고, 절차상 개선을 하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그러나 작품이 두건이나 철거되고 그 작품의도가 심하게 왜곡되었다면 그 사실을 바로잡아야 할 책임도 있습니다. 노원구를 믿고 세금을 맡겨준 주민앞에 성실하게 과정을 해명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노원구를 믿고 계약하여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의 의도가 사회적으로 과하게 왜곡되고 낙인되었다면, 계약 당사자인 구청이 작품 의도 진실을 성의있게 설명할 기회를 보장 할 책임도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미술을 향유할 시민은 언제든 느낀대로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고, 설치한 공공기관과 작가는 그 반응과 평가를 검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평가를 수용하는 것’과 ‘왜곡과 낙인, 과도한 검열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앞으로도 명백히 구분되어야 할 것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