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비상임 이사장과 감사를 위해 7,312만 원을 들여 이사장실 및 감사실을 신설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용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의원이 22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항우연은 지난해 7월 ‘이사장실 및 감사실 조성 공사’ 명목으로 총 7,312만 원을 투입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사장은 비상임으로 상근 의무가 없어 출근할 이유가 없으며, 이사장실은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감사실 역시 감사 미선임 상태로, 감사팀이 임시 사무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그동안 항우연은 이사장실을 만들어 놓고도 이사회를 전부 외부 호텔에서 개최했다. 지난 1년간 9차례 열린 이사회는 ▲대전 R호텔(1회, 1,306만 원), ▲서울 K호텔(4회, 3,995만 원), ▲대전 O호텔(2회, 2,176만 원), ▲서울 C호텔(1회, 1,101만 원), ▲서면회의(1회)로, 총 8,578만 원의 회의비가 지출됐다.
상위기관인 우주항공청은 최민희 의원실 질의에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해 제3의 장소를 검토한 것이며, 업무지역이 분산되어 있어 주요 지역인 서울과 대전을 중심으로 정족수 충족이 가능한 지역을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청에서 이사장실·감사실 설치를 요청한 사실이 없으며, 설치 관련 법령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항우연과 동일한 우주항공청 산하 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은 별도의 이사장실이 없다. 항우연은 이사장실 설치 근거를 묻는 질의에 “원장의 구두 지시로 설치했다”고 밝혀, 별도 법령이나 규정 없이 예산이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비상임 이사장 모시려고 국민 세금으로 회의실 딸린 방을 만들고도 회의는 전부 호텔에서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항우연의 방만경영에 대해 감사원의 전반적인 감사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nv1225@hanmail.net 이선형 기자